좋은 시 느낌하나

겨울강 /박남철

종이연 2020. 12. 13. 20:42

겨울강

 

 

박남철

 

 

 

겨울 강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돌 하나를 던져 본다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쩡, 쩡,

돌을 튕기며, 쩡,

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이, 쩡,

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이, 쩡, 쩡

아예 되기도 전에 다 녹아 흘러 버릴 것들이

쩡, 쩡, 쩡, 쩡, 쩡,

 

겨울 강가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얼어붙은 눈물을 핥으며

수도 없이 돌들을 던져 본다

이 추운 계절 다 지나서야 비로소 제

바닥에 닿을 돌들을.

쩡 쩡 쩡 쩡 쩡 쩡 쩡

 

반시대적 고찰, 한겨레,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