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겨울밤 / 황인숙

종이연 2021. 1. 4. 19:38

겨울밤 

 

황인숙

 

 

젖은 눈 얼음 비 길에 내린다
길 아닌 것에도 내린다

 

오, 제기랄, 하느님!
탄식하며 야간 근무자는 부은 눈을 비벼 뜨고
그의 아내는 혼곤히 그를 배웅한다

 

젖은 눈 얼음 비 가로 등에 엉기고
담벼락에 엉기고 계단곬에 엉긴다

 

모든 문들을 흔들어 잠그면서
모든 길들을 따라가 지우면서
젖은 눈 얼음 비 밤길 간다

 

어느 집에선가 누가 태어난다

아랑곳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