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겨울까마귀 블루스 /전윤호

종이연 2021. 1. 13. 20:12

겨울까마귀 블루스

 

 

전윤호

 

강이 시작되는 곳에서 왔지

뼈무더기 쌓인 벼랑이 둥지야

노을이 피처럼 엉기는 저녁

은사시나무 숲에 물안개가 퍼질 때

살다 지쳐 쓰러진 자를 찾아 날았지

하루에 세워진 이 도시는 1월에도

살찐 비둘기들이 양지에서 졸고 있더군

강바닥까지 마취시키는 추위도 없이

도대체 어떻게 겨울이 죽지

매일 취하고

똑 같은 노래만 따라 부르고

똑 같은 춤만 빙빙 도는

당신은 나 따라 응달로 돌아갈 생각 없어

비 오듯 쏟아지는 돌팔매를 뚫고

검은 기차 밑빠진 다리를 건너는 고향으로 말이야

까악까악 근시들의 눈알이나 쪼다가

더 추운 바람을 베는 강변에서

돌이 꼭 부둥켜안고

오석으로 얼어붙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