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이월(二月) /이선이

종이연 2021. 2. 24. 17:53

이월(二月)

 

이선이

 

목덜미에 흐린 해 얹어 두고

저물녘 내내 무른 손톱 뜯는 날들이다

 

이맘때

시간은 슬픔을 먹고 자라는지

어딘가로 가려고 집을 나섰으나 어스름 문지방에 다시 발을 들여놓는 궁색함도

헛헛한 세월에 대들보 하나 얹으려 했으나 지붕이 먼저 무너지는 막막함도

모두 다 손톱에 새겨진 슬픔의 결들이어서

무른 생각만 새록새록 자라고

 

왼손에 몰두하며 오른손의 운명을 어림잡는 사이

딱히 빌린 것도 없는데

서둘러 무언가를 갚아야 할 것 같은 저녁이

지난 봄 손톱에 들인 봉숭아꽃물처럼 눈썹에 어리는데

 

등을 켜지 않아도 환하게 어둠이 와서

가늘게 엉킨 손금 풀어 시간의 틈새를 한 땀 두 땀 엮어본다

 

아무래도 이월은

손톱을 먹고 자라는 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