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야경/ 모윤숙

종이연 2021. 6. 14. 21:07

야경

 

 

모윤숙

 

 

 

병아리 나래에 바람이 설레고

방아 기슭에 물소리 차다

이삭 담긴 함지박에 황혼이 덮이면

아버지의 호밋날도 흙 속에 잠든다

 

토방의 등불이 그윽히 정다워

도라지는 어느새 다아 찢어 담갔다

맞은편 개 바자에

풀먹인 빨래들이 꽃핀 듯 환하다

대림 피던 분이 얼굴이

달 아래 먼 길을 더듬는다

 

꽃냄새 풍기는 외양간 지붕에

호박 넝쿨 이슬 맞아 조용히 뻗어 가고

수수가루 묻은 엄마 얼굴이

뒷바자 새에 잠시 나왔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