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기다리던 답장/ 문정희

종이연 2021. 7. 31. 19:28

기다리던 답장

 

 

문정희

 

 

 

젊은날엔

카키색 군복을 입고

양구나 포천 어느 고지에서

불침번을 서던

용감하고 씩씩한 군인 아저씨

 

여학교 시절, 내가 보낸 위문편지에

가슴만 설레이다가

반백이 된 오늘에야

비로소 답장 하나 보내왔어요.

 

40여년 동안 윤내어 닦던 군화

날카롭게 갈던 무기로

현해탄이나 압록강 지키지 못하고

한부모를 가진

우리가 우리 가슴 겨냥했던 것

그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해왔어요.

그것이 기막히다고 고백해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