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도라지꽃/정한용

종이연 2021. 8. 11. 20:44

도라지꽃

 

정한용

 

흰 꽃이 피었습니다.

보라꽃도 덩달아 피었습니다

할미가 가꾼 손바닥 만한 뒷터에

꽃들이 화들짝 화들짝 피었습니다

몸은 땅에 묻혀 거름이 되고

하얀 옷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무더기로 손 쓰립니다

수년 전 길 떠난 內子를 여름빛으로 만나

한참을 혼자 바라보던 할애비도

조금씩 보라 물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