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늦여름/석승면

종이연 2021. 8. 20. 20:05

늦여름

 

 

석승면

 

 

한낮은 삼십 도가 넘는 불볕더위, 지금은 팔월 스무날

 

훅 끼쳐 오면 숨 막히던 숲의 열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쟁쟁한 매미 울음소리 잦아드는 때

 

풀벌레 소리 조금씩 쓸쓸함을 키워가기 시작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선 나뭇잎들,

한숨 돌리는 사이 하늘은 멀고

치닫기만 하던 생

하나 둘 안으로 내려놓으며

거리의 공백을 메워가는 때

 

가을은 이미 숲에서부터

그러나 한낮은 불볕더위

아직은 가을이라고 말하지 말자

떠나가는 사랑에게 이름이라도 불러주자

지금은 팔월 스무날, 늦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