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청자부(靑磁賦) /박종화

종이연 2021. 9. 13. 22:50

청자부(靑磁賦)

 

 

박종화




선(線)은

가냘핀 푸른 선은 ______

아리따웁게 구을려

보살(菩薩)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여

4월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ㅇㄹ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녀의 꿈 고려 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陰影)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翡翠)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 구름장 이는 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년 묵은 고려 청자기!




술병 물병 바리 사발

향로 향합 필통 연적

화병 장고 술잔 베개

흙이면서 옥(玉)이더라.




구름 무늬 물결 무늬

구슬 무늬 칠보 무늬

꽃 무늬 백학(白鶴) 무늬

보상 화문(寶相華紋) 불타(佛陀) 무늬

토공(土工)이요, 화가더라

진흙 속 조각가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 청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