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초겨울 /김지하

종이연 2021. 10. 26. 20:12

초겨울

 

김지하

 

이 계절

참되다

 

잎새 떨어진 나뭇가지들

뼛속에서 한겨울 어귀찬

바람 소리 꿈꾸고

 

감추어진 온갓 아픔들

모두 드러나

죽음이 죽음에게

생명의 비밀을 속삭이는 때

아 초겨울

 

병든 남편이

병든 아내를 간호하는 잿빛 나날의

갇힌 방으로부터

포근한 남쪽

돌아갈 길은 끊기고

흰 눈은 아직 내리지 않고

 

조용한 기다림

이 계절 참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