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초겨울 정취 /박희홍

종이연 2021. 10. 29. 20:19

초겨울 정취

 

박희홍

 

봄여름 내내 그토록

왕성하게 푸르던 잎

 

혼인날 신부처럼 곱게

오색 무지갯빛으로 단장하고서

하객을 반갑게 맞이하더니

 

기운이 점차 쇠해가니

추레해진 몸뚱이를 씻고

갓 나온 여인처럼

하얀 속살 드러낸 나무들

 

지치고 노곤하여

이제 긴 잠을 자려

슬그머니 눕더니

 

말없이 잠들었다고 서운해 말고

따뜻한 기운 밀려오면

다시 함께 한세상 살아보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