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초겨울 /김정윤
종이연
2021. 11. 2. 20:10
초겨울
김정윤
발가벗은 가지에
마지막 남은 잎새들이
파르르 몸을 떨며 찾아온 겨울
거칠게 불던 바람이
윙윙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는다
하얗게 뱉어낸 서릿발이
날카로운 날을 세워 바람을
삼키는 강변에
서걱거리는 마른 억새가
반쯤 털려 나간
흰머리를 흔들며 남은 홀씨를
털어 강물에 띄운다
한차례 수초 위로 파문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바람의 뒤를 쫓는 하얀 홀씨는
반짝이는 강물 위에서
삶의 첫걸음을 내딛는 초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