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초겨울 입문 /박종영
종이연
2021. 11. 5. 21:15
초겨울 입문
박종영
산 벚꽃 움이 봉곳하게 솟아
송곳처럼 날렵하다
만져보니 날랑 하게
잡히는 것을 보면
어느새 겨울채비를 마쳤는가 보다
그 옆 속절없이 피어 웃고 있는
겨울동백 볼록한 가슴이
몰래 마음 여는
청상(靑孀)의 입술처럼 붉다
야금야금 찬기운 틈새 엿보는
양지쪽 이팝나무 몇 그루도
듬성하게 서툰 꽃망울 감추고
찬바람 밀어낸다
요즘 같이 허전한 시간으로
산허리 감고 오는 구절초 냄새,
그 향긋함이 그리워지는 오후마다
낭창 하게 취하고 싶은 것은 어떤 기다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