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초겨울 보슬비/최해춘

종이연 2021. 11. 6. 20:49

초겨울 보슬비

 

최해춘

 

까치 걸음 내 딛으며

겨울 오는 길목에

밤 마실 간 소녀처럼

빗님이 오시네, 아작아작 오시네.

 

식어가는 햇살을

여윈 등에 들쳐 업고

쓸쓸하게 적시네, 시리도록 적시네.

 

새초롬한 손길로 씻어 내리는

모닥불로 흩날린 가을의 냄새

잔잔히 쓸어안고

보슬비가 오시네, 하염없이 오시네.

 

바람 찬 계절이 저기 온다고

가느린 숨결을 거두어 안고

봄이 잠든 깊은 곳에 스미어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