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초겨울 물가 /이명기

종이연 2021. 11. 9. 19:52

초겨울 물가

 

이명기

 

밀려와 출렁이는 건

다 흐르지 못한 마음들,

속의 물고기들, 눈감았다 뜨지 못하는 물고기들

 

온종일 서늘하게 일렁이는 산 그림자 속

상한 지느러미를 잎사귀처럼 흔들며

술렁술렁, 물밑 세상으로 돌아가는

물고기들의

수초 무성한 집

 

허리까지 잠긴 숲에서

비듬처럼 간혹 잎이 진다, 차츰 앙상해지는

가지 끝에서 새가 난다

무릎 시린 초겨울 물가에서

자꾸 물 건너가려는 마음 때문에

몸이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