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겨울 여행 /강보철

종이연 2021. 11. 17. 20:12

겨울 여행

 

 

강보철

 

황혼 속에 고함치는

깡마른 나무들

거칠어진 거죽 위로

하얀 눈이 쌓인다, 질식하게

 

얼얼하게 주눅 든 산야

흔들리는 차창에서

문득, 마주치는 낯선 것들

心思(심사)를 처연하게 하고

 

얼떨결에 곁매 맞은 머리

난측하고 원망스러워

두 눈을 고정하고

저편 시절을 거닌다.

 

두 볼에 흐르는 빛

소리 없는 아우성인가

낮과 밤이 하얗게

생각을 끌고 다니면

 

두툼하게 덮인 쉼

부끄럼 없이 만날, 그날

연둣빛 그리움을 매달고

차창을 넘어, 가고 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