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겨울 풍경 /권오범

종이연 2021. 11. 20. 14:31

겨울 풍경

 

권오범

 

살같이 날아든 햇귀가

목화로 만발한

산 발치 찔레 우듬지에 꽂혀

불 밝힌 까치밥

 

칼바람이 어제 진종일 다림질해 펼쳐놓은

논두렁 끄트머리 둠벙 홋청 위로

밤새 푹신하게 내려앉은 솜

쥐가 다급히 누볐는지 질서가 없다

 

상습적인 바람 시비 못마땅해

불평 일삼던 떡갈나무도 말이 없고

하얀 여백 사이사이

포근히 드러난 소나무 실루엣

 

장끼가 적막을 한바탕 뒤흔들어

퍼덕퍼덕 끌고 둠벙 가로지르다 무거웠는지

쳐박히듯 불시착해 궁금하기 짝이 없는

맞은편짝 솔버덩 아랫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