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노숙자를 보며/문근영

종이연 2021. 12. 8. 19:59

노숙자를 보며

 

 

문근영

춥다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너덜너덜 찢어진 노숙이 서럽도록 새어드는 밤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이리저리 구겨지다가
구겨진 삶을 접고 오들오들 떨고 있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수치심마저 잃어버린
육신이 아무 데나 자리를 깐다
바닥에 누워있는 종이박스 한 장이 스멀스멀 파고드는
냉기를 막고 끈적끈적하고 매캐한 공기가
그의 육신 곁에 눈을 감는다
겨울 한철 지날 때마다 몸 속의 뼈는 부식되어 가고
생애도 점점 허물어져 간다 소주병이 쓰러진다
빈 소주병과 함께 나뒹구는 부스스한 시간
가슴속에 불빛으로 번질거리는 허공을 움켜쥔 채
살얼음을 배설하는 아련한 추억 한 토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