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대관령 옛길 /김선우

종이연 2021. 12. 22. 19:51

대관령 옛길

 

 

김선우

 

 

폭설주의보 내린 정초에

 

대관령 옛길을 오른다

 

기억의 단층들이 피워올리는

 

각양각색의 얼음꽃

 

 

 

소나무 가지에서 꽃숭어리 뭉텅 베어

 

입 속에 털어넣는다, 火酒

 

 

 

싸아하게 김이 오르고

 

허마 꽈리 익어가는지 숨이 멎는다 천천히

 

뜨거워지는 목구멍 위장 쓸개

 

십이지장에 고여 있던 눈물이 울컹 올라온다

 

지독히 뜨거워진다는 건

 

빙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

 

붉게 언 산수유 열매 하나

 

발등에 툭, 떨어진다

 

 

 

때로 환장할 무언가 그리워져

 

정말 사랑했는지 의심스러워질 적이면

 

빙화의 대관령 옛길,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는 나의 길을 걷는다

 

 

 

겨울 자작나무 뜨거운 줄기에

 

맨 처음인 것처럼 가만 입술을 대고

 

속삭인다, 너도 갈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