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 /박 홍

종이연 2022. 1. 5. 20:02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

 

 

박 홍

 

유리창에 매달린 솔방울이

은박지로 만든 종과 산타 모양의 솜 인형이

창문을 여닫을 때마다 덜컹거리고 있다.

아이들이 매달아 놓고 갔다.

 

고사리같은 아이들이 단발머리 아이들이

삐친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된 아이들이 덜컹거린다.

 

아직 달포가 남았는데

아직 첫눈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기억속 아이들을 저만치 밀어내고 창밖을 본다

먼 곳의 네온들을 등지고 앞쪽 빌라에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이주 노동자들이 일을 나가려나보다

꼭대기 층에도 불이 환하게 켜진다.

시계가 새벽 5시를 막 지나가고 있다.

 

저 너머 어둠 속 어딘가에

떨어져 나간 나의 팔과 다리가

꿈지럭 꿈지럭 느리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