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겨울산 /조재훈​

종이연 2022. 1. 10. 19:39

겨울산

 

 

조재훈

날은 저물고

이름 모를

어린 새 한 마리

겨울산을 넘는다.

가파른 벼랑

쉬지도 못하고

꺼이꺼이 울며

장군처럼 버티고 선

겨울산을 넘는다.

집집마다

꽁꽁 문은 잠기고

대추나무 끝에

찢겨져 연이 울 뿐.

어깻죽지로

간신히 어둠을 밀어내며

빚더미처럼 쌓인

겨울산을 넘는다.

이고 지고 빈손

사십 한평생

울다 간 울 엄니

해 다 진 겨울 저녁

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빈 겨울산을 홀로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