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2월의 속삭임 /신창홍

종이연 2022. 2. 17. 19:34

2월의 속삭임

 

 

신창홍

 

오래된 무덤가 옆

높이 뻗은 철탑 사이로

한풀 꺾인 겨울 바람이

서둘러 지나가고

 

싫지 않은 바람의 냉기가

숲 속을 정화하는 듯

산마루의 오후를

길게 선회하고 있다

 

겨우내 얼어있던 산비탈

낙엽과 뒤엉킨 살얼음 조각들

촉촉히 녹아 내리며

서서히 기지개를 켤 때

 

파란 하늘의 숨결이

조금씩 세상 속으로 스며들고

생명을 깨우는 부드러운 입김에

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정한 설렘이란

기다리는 순간의 아름다운 꿈

아직 여물지 않은 봄의 길목에서

아, 감미로운 2월의 속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