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가을 햇볕 /고운기
종이연
2022. 11. 14. 19:56
가을 햇볕
고운기
늦은 오후의 가을 햇볕은 오래 흘러온 강물을 깊게 만들다
늦은 오후의 가을 햇볕은 여고 2학년 저 종종걸음 치는 발걸음을
붉게 만들다, 묽그스레 달아오른 얼굴은
생살 같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다
그리하여 늦은 오후의 가을 햇볕은
멀어지려 해도 멀어질 수 없는 우리들의 손을 붙잡게 하고
끝내 사랑한다 한마디로
옹송그린 세월의 어느 밑바닥을 걷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