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부활절/홍수희

종이연 2021. 3. 31. 20:09

부활절

 

홍수희

 

 

주님,
저로 하여
하루에 한 번씩 죽게 하소서

 

오늘 하루도
나의 죄 무거웠으니

 

당신이 가리키는 곳
애써 피하고

 

내 시선이 즐거운 곳에
머물렀나이다

 

당신이 인도하시는 음성에
마음의 빗장을 닫아

 

내 육신에 즐거운 말만
주고받았나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뱉었을
차가운 말과

 

하루에도 수십 번 돌렸을
내 차가운 등을

 

주님,
오늘밤
무릎 꿇은 침상에서 죽게 하소서

 

날이면 날마다
그 날의 밤이 내게는
깜깜한 무덤이 되게 하시어

 

어김없이 밝아오는 아침이
부활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주님,
저로 하여 하루에 한 번씩
새로 태어나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山) 너머 남촌(南村)에는/김동환  (0) 2021.04.02
아름다운 사월에/조용순  (0) 2021.04.01
내 믿음의 부활절/유안진  (0) 2021.03.30
부활절에/김현승  (0) 2021.03.29
유년의 부활절/손희락  (0) 2021.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