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796

5월/ 조병화

5월 조병화 스물을 갓 넘은 여인의 냄새를온몸에 풍기며온갖 꽃송이들이 물 돋은 대지에나무 가지 가지에 피어난다.흰구름은 뭉게뭉게 라일락의숫푸른 향기를 타고가도가도 고개가 보이지 않는푸른 먼 하늘을 길게 넘어간다.아, 오월은 여권도 없이 그저어머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뭣도 모르고내가 이 이승으로 상륙을 한 달해마다 대지는 꽃들로 진창이지만까닭 모르는 이 허전함나는 그 나른한 그리움에 취한다.오, 오월이여

부활절 / 홍수희

부활절 홍수희​주님,저로 하여하루에 한 번씩 죽게 하소서​오늘 하루도나의 죄 무거웠으니​당신이 가리키는 곳애써 피하고​내 시선이 즐거운 곳에머물렀나이다​당신이 인도하시는 음성에마음의 빗장을 닫아​내 육신에 즐거운 말만주고받았나이다​하루에도 수십 번 뱉었을차가운 말과​하루에도 수십 번 돌렸을내 차가운 등을​주님,오늘밤무릎 꿇은 침상에서 죽게 하소서​날이면 날마다그 날의 밤이 내게는깜깜한 무덤이 되게 하시어​어김없이 밝아오는 아침이부활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그리하여 주님,저로 하여 하루에 한 번씩새로 태어나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유년의 부활절 / 손희락

유년의 부활절 손희락 배고팠던 어린 시절 십자가 빛나는 삶은 계란 햇볕 드는 책상 위에 모셔 놓고 노란 병아리 탄생을 기도했었다 졸린 눈 비비며 몇 번씩 확인하며 껍질 깨지기를 기다렸다는 것은 부활에 대한 확신을 가진 증거이지만 긴 세월, 예수를 믿었어도 그때의 믿음만큼 순수하지 못한 것 같다 이번 부활절엔 유년의 신앙 회복하고 싶다

내 믿음의 부활절/유안진

내 믿음의 부활절 유안진 지난겨울얼어죽은 그루터기에도새싹이 돕습니다말라 죽은 가지 끝굳은 티눈에서도분홍 꽃잎 눈부시게 피어납니다저 하찮은 풀포기도거듭 살려내시는 하나님죽음도 물리쳐 부활의 증거 되신 예수님깊이 잠든 나의 마음말라죽은 나의 신앙도살아나고 싶습니다당신이 살아나신 기적의 동굴 앞에이슬 젖은 풀포기로부활하고 싶습니다그윽한 믿음의 향기풍겨내고 싶습니다해마다 기적의증거가 되고 싶습니다

부활소곡 / 이해인

부활소곡 이해인 봄이 누운 산허리에부활의 기쁨이진달래로 피는 새벽당신을 모신 내 마음은생명의 향기에 취해먼 데서도 이웃을 부르는천리향 꽃의 기도해마다 내가 죽지 못한 부끄러움에얼굴을 못 드는 부활절 아침나는 죄인이어도당신이 사랑이어서또다시 나를 살게 하는찬미의 힘찬 노래거듭나게 하는 노래알렐루야 알렐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