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56

다시,봄날은 간다 / 유종인

다시,봄날은 간다 유종인해장국집 찾으러 가는 사내의늦은 토요일 아침,차가운 봄비를 만난다거리의 담벼락과 전봇대마다심령대부흥회의 포스터가 불온전단처럼 나붙고문득 罪지은 일들한꺼번에 꽃무더기로 피어나는오늘은 近東의 벚꽃축제 마지막 날,난 말 없이 비 맞아 가는유순한 짐승 한 마리!내 이름을 다시 지어다오, 이제금내 사랑의 거푸집을 다시 짜고 싶은 해장국집창가 식당에 앉아 이마에 돋는 땀을이 빠진 투가리에 떨구며前生의 짐승, 내 뼈마디 같은돼지뼈를 핥아먹으며 꽃을 잊었다아조아조 숨막히게 술땀을 쏟으며이 봄이빗속에 한 채 꽃상여로 떠나는 창밖을 본다꽃을 팔아 한 몸의 生이시작하는 어린 창녀의 손을 잡고변두리 샛강둑 버드나무 밑에서누이야, 세상엔 바람이 분다말해주고 싶었다누이야, 꿈 없이도 다시 봄날은 간다

오늘(2025,5,31)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행복하십니다, ~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가 1,45) 주님!제가 진정 행복한 것은 저를 믿고 사랑하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는 당신의 희망 때문입니다.늘 저보다 먼저 사랑하고, 더 사랑하고, 더 믿고, 더 희망하시기 때문입니다.그렇습니다.결코 사라질 수도, 빼앗겨질 수도, 멈춤도 없는 당신의 희망이 바로 오늘 제가 진정 행복한 이유입니다.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5.05.31

오늘(2025,5,30)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요한 16,22)​주님!바로 이것이 저의 기쁨입니다.그 어떤 불길도 태울 수 없고,그 어떤 슬픔도 해칠 수 없고,비록 흔들리더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그 어떤 방벽으로도 막을 수 없고,그 어떤 감옥으로도 가둘 수 없고,그 누구도 빼앗지 못할,결코 빼앗겨질 수 없는 ‘임의 사랑’입니다.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5.05.30

봄날,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날,사랑의 기도 안도현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신호를 보내듯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당신에게닿게 하소서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부끄럽게 하소서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큰 것보다도 작은 것도 좋다고,많은 것..

다시금 봄날에 / 김남조

다시금 봄날에 김남조가랑잎 나의 영혼아만국(晩菊) 한 송이물오리처럼 목이 시린 조락의 뜰에너 함께나도 볼이 젖는다그 전날그 푸른 산바람해설픈 초원에 떠놀던여른여른 눈여린 고운 불수레 하며멀리 메아리져서 돌아들 오던그리운 노래 그리운 이름펴며 겹치며 드높이 손짓하는송이 송이 탐스런 떼구름들네가 그들을얼마나 가슴 바쳐 사랑했음인가를내가 안다지금은 땅에 떨어져매운 돌부리에 찢기우는 너여가랑비 보슬보슬 내림과 같고소물소물 살눈썹이 웃음과 같은네 달가운 모든것오직그들 호사스런 계절의풍요한 아름다움 앞에 바친 푸른 찬가헌신이던걸 내가 안다그러나 지금은 가야지지금은 누감고 고이 가야지지열이 돌아오는 어느 봄날에다시금 어린아이처럼손 흔들며 깨어나리라찬서리 소리도 없이 내리는 뜰에핏줄기 얼음 어는가랑잎 내 헐벗은 영혼아

오늘(2025,5,25)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주님!평화를 위해 가시관을 쓰게 하소서.창에 찔리신 당신 가슴으로 세상을 품게 하소서.누르고 빼앗고 장악하고 차지해서가 아니라 내어주고 비워져서 평화로워지게 하소서!잔잔한 호수처럼 마음이 가라앉아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있음에 평화롭게 하소서.오늘 하루, 평화롭기를 바라기보다 평화를 위해 일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