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봄날에 김남조가랑잎 나의 영혼아만국(晩菊) 한 송이물오리처럼 목이 시린 조락의 뜰에너 함께나도 볼이 젖는다그 전날그 푸른 산바람해설픈 초원에 떠놀던여른여른 눈여린 고운 불수레 하며멀리 메아리져서 돌아들 오던그리운 노래 그리운 이름펴며 겹치며 드높이 손짓하는송이 송이 탐스런 떼구름들네가 그들을얼마나 가슴 바쳐 사랑했음인가를내가 안다지금은 땅에 떨어져매운 돌부리에 찢기우는 너여가랑비 보슬보슬 내림과 같고소물소물 살눈썹이 웃음과 같은네 달가운 모든것오직그들 호사스런 계절의풍요한 아름다움 앞에 바친 푸른 찬가헌신이던걸 내가 안다그러나 지금은 가야지지금은 누감고 고이 가야지지열이 돌아오는 어느 봄날에다시금 어린아이처럼손 흔들며 깨어나리라찬서리 소리도 없이 내리는 뜰에핏줄기 얼음 어는가랑잎 내 헐벗은 영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