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김광섭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봄은 멀다먼저 든 햇빛에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사람들이 그 이야기를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모든 거리가 풀리면서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나무는 나무로꽃은 꽃으로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사람은 사람에게로산은 산으로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꽃은 짧은 가을 해에어디쯤 갓다가노루꼬리만큼길어지는 봄해를 따라몇 천리나 와서오늘의 어느 주변에서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봄빛을 따라나와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졸졸 흐르는 시냇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