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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편지/ 도종환

5월 편지  도종환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

오늘(2024,5,2)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1)​주님!제 안에는 당신의 숨결이 흐릅니다.제 안에 새겨진 당신의 사랑입니다.제 안에 굴을 파고들어 와 빈 무덤으로 모습을 숨긴 그지없이 충만한 사랑입니다.결코 빼앗길 수도, 빼앗겨지지도 않는 기쁨입니다.주님!당신의 기쁨의 숨결이 온 세상에 퍼지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5.02

5월/ 조병화

5월  조병화 스물을 갓 넘은 여인의 냄새를온몸에 풍기며온갖 꽃송이들이 물 돋은 대지에나무 가지 가지에 피어난다.흰구름은 뭉게뭉게 라일락의숫푸른 향기를 타고가도가도 고개가 보이지 않는푸른 먼 하늘을 길게 넘어간다.아, 오월은 여권도 없이 그저어머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뭣도 모르고내가 이 이승으로 상륙을 한 달해마다 대지는 꽃들로 진창이지만까닭 모르는 이 허전함나는 그 나른한 그리움에 취한다.오, 오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