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52

4월의 풀 /천양희

4월의 풀  천양희 빈 들판 위를 찌르는 바람같이우리도 한동안 그렇게 떠돌았다불의의 연기 한가닥 피워 올리며완강하게 문닫는세상의 어느 곳인가안과밖의 고리는 끊어지고저 얼었다 녹는 강물바다에 몸 섞어 떠밀릴 때마다낮은 언덕 굽은 등성이에한줄 마른 뼈로 엎드려구름 낀 세상 낭패하며 바라본다오늘도 허기진 하루4월의 모랫바람 사정없이 불어와취객의 퇴근길앞은 잘 보이지 않고밟혀도 밟혀도 되살아 나는키 작은 풀이 되어뿌어연 가로등 밑을 묵묵히 걸어간다

미국제비꽃

미국제비꽃은 종지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저는 아직은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몇년전에 큰댁에 돌축대 밑으로 조르르 미국제비꽃이 어찌나 이쁘게 피었던지큰 고모부께서 좀 달라고 하셨고나도 한 종이컵 얻어왔습니다.이게 무진장 번지는 거라서..이만큼이면 충분할 것 같았어요. 데리고 와서수돗가 옆에 심어 놓고 보는데그렇게 팍팍 늘지는 않습니다.그러면서 그 옆의 분홍낮달맞이꽃이랑 엉키고해서캐다가 (뿌리가 근경뿌리)소나무밑으로 옮겼는데 바오로씨가 자꾸 그 밑에 제초제를 뿌려서 ㅎㅎ죽고 또 나오면 나는 옮기고 그런 상황입니다.이번 미국제비꽃영상은우리집 것도 살짝 있지만 옆의 복숭아아저씨네 집에서 찍은 것입니다.씨로도 엄청 날라가서 여기 저기 또 잡초와 마찬가지로 피었습니다.에고 질긴 것 ㅎㅎ 자 한번 보세요. http..

엄마의 뜰 2024.04.27

제비꽃

어렸을 적에 교과서에 원님이 어디를 가다가 숲속에서 쉬다가 제비꽃을 발견한 그런 장면이 있는 걸 아직도 기억합니다.삽화도 있었는데 그게 몇학년이었는지아마도 3학년 정도? 어렸을 적에는 제비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몰랐겠지만우리 곁에 제비꽃은 늘상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바깥에서 보면 이쁘고 귀엽고그러나 내 꽃밭의 제비꽃은 잡초 그 자체이런 아이러니한 꽃들이 몆가지 있죠민들레 역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캐내도 캐내도 캐내지지 않는 잡초같이 우리랑 같이 사는 꽃 이른 봄아직은 볼에 닿는 바람이 쌀쌀하다 느껴질 때양지녘에 피어난 제비꽃무리눈이 절로 갑니다.이번에는 제비꽃으로 영상을 만들어 띄웠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JfxNTeeUl1s?si=uU0faNqJ0nwjGgO_

엄마의 뜰 2024.04.27

4월의 일기 /나호열

4월의 일기  나호열 말문을 그만 닫으라고하느님께서 병을 주셨다 몇차례 황사가 지나가고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졌다며칠을 눈으로 듣고귀로 말하는 동안나무 속에도 한 영혼이 살고 있음을어렴풋이 알게 되었다허공에 가지를 뻗고파란 잎을 내미는 일꽃을 피우고심지어 제 머리 위에 둥지 하나새로 허락하는 일까지혼자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파란 하늘에서 떨어진 별처럼주먹만큼 빛나는 새 한 마리가잠시 머물고 간 뒤4월의 나무들은 일제히 강물 흘러가는소리를 뿜어내고 있다 말문을 닫으라고하느님이 내린 병을 앓고 있는 동안

오늘(2024,4,27)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주겠다.”(요한 14,14)​주님!제가 여전히 이루지 못함은 여전히 죽지 못한 까닭입니다.당신의 뜻이 아니라, 제 뜻을 이루려 한 까닭입니다.사랑으로 죽게 하시어, 저의 믿음이 아니라 당신의 믿음을 이루소서!사실 제가 이 자리에 아직 남아 있음은 당신께 대한 저의 믿음이 아니라 저에 대한 당신의 믿음 때문입니다.오늘도 늘 저보다 더 더 믿으시는 당신의 믿음을 찬미하나이다.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4.27

4월의 꽃 /신달자

4월의 꽃  신달자 홀로 피는 꽃은 그저 꽃이지만와르르 몰려숨 넘어가듯엉겨 피어 쌓는 저 사건 뭉치들개나리 진달래 산수유벚꽃 철쭉들저 집합의 무리는그저 꽃이 아니다우루루 몰려 몰려뜻 맞추어 무슨 결의라도 하듯이그래 좋다 한마음으로 왁자히필 때까지 피어보는서럽고 억울한 4월의 혼령들잠시 이승에 불러 모아한번은 화끈하게환생의 잔치를 베풀게 하는신이 벌이는 4월의 이벤트

오늘(2024,4,26)의 말 씀에서 샘솟은 기도

씀에서 샘솟은 기도>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발길에 밟히며 아래에서 저를 이끄셨듯이, 저도 형제들 아래에서 그들이 밟고 가는 길이 되게 하소서!제 주장에 밀려 옳고도 져주셨듯이, 저도 형제들에게 져줌으로 진리의 빚을 밝히게 하소서!씹히고 부서져 제 속에서 살이 되셨듯이, 저도 형제들 안에서 부서지고 씹혀 생명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이제 더 이상은 제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4.26

4월에서 5월로 / 하종오

4월에서 5월로   하종오  봄의 번성을 위해 싹틔운 너는나에게 개화하는 일을 물려주었다아는 사람은 안다이 세상 떠도는 마음들이한마리 나비되어 앉을 곳 찾는데인적만 남은 텅빈 한길에서 내가왜 부르르 부르르 낙화하여 몸떨었는가남도에서 꽃샘바람에 흔들리던 잎새에보이지 않는 신음소리가 날 때마다피같이 새붉은 꽃송이가 벙글어우리는 인간의 크고 곧은 목소리를 들었다갖가지 꽃들 함께 꽃가루 나눠 살려고향기 내어 나비떼 부르기도 했지만너와 나는 씨앗을 맺지 못했다이 봄을 아는 사람은 이 암유도 안다여름의 눈부신 녹음을 위해우리는 못다 핀 꽃술로 남아 있다

오늘(2024,4,25)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주님!제 자신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하소서.세상에로, 이웃형제들에게로, 모든 피조물들에게 나아가게 하소서.먼저 다가가고, 먼저 사랑하게 하소서.자국민이나 이주민이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친구이거나 적이거나,사람이거나 자연이거나,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형제가 되게 하소서함께 걷되 손을 잡고 걷고, 땅을 딛고 걷되 하늘을 바라보게 하소서.세상에 살되 세상의 힘이 아닌, 복음의 힘으로 살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