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정영애 사랑을 한 적 있었네 수세기 전에 일어났던 연애가 부활되었네 꽃이 지듯 나를 버릴 겸심을 그때 했네 모자란 나이를 이어가며 서둘러 늙고 싶었네 사랑은 황폐했지만 죄 짓는 스무 살은 아름다웠네 자주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곤 했었네 활활 불 지르고 싶었네 나를 엎지르고 싶었네 불쏘시개로 희박해져가는 이름 일으켜 세우고 싶었네 그을린 머리채로 맹세하고 싶었네 나이를 먹지 않는 그리움이 지루한 생에 그림을 그리네 기억은 핏줄처럼 돌아 길 밖에 있는 스무 살, 아직 풋풋하네 길어진 나이를 끊어내며 청년처럼 걸어가면 다시 필사적인 사랑이 시작될까 두근거리네 습지 속 억새처럼 우리 끝내 늙지 못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