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7 2

봄날,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날,사랑의 기도 안도현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신호를 보내듯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당신에게닿게 하소서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부끄럽게 하소서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큰 것보다도 작은 것도 좋다고,많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