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696

1월에 쓰는 엽서/ 신현복

1월에 쓰는 엽서  신현복                                        우리, 1월이 있음을 감사하자 어제까지의 시간을 용서 받고삶에 새벽 같은 1월이 있음을 감사하자 마음속에 작은 항아리를 들여놓고 사랑을 숙성시키자, 1월에는 묵은 신문의 슬픈 기사에도 눈길이 필요한늘 배고픈 우리들 사랑이지 않나 그 먼 별도그 작은 초승달도가슴 따뜻하게 해주는 약 숟가락 크기의 빛으로 사랑 받지 않나마른 들풀에게는 봄을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고가난한 마음에는 행복의 싹을 잃지 않게 하는작지만 큰사랑의 빛 우리 1년 동안 베풀 그 빛을 숙성시키자, 1월에는 슬픔은 기쁨으로미움은 용서로불행은 행복과 찬란한 희망으로……

1월의 기도/ 박성일

1월의 기도/ 박성일                                         주여!새로운 한 해를 주심을 감사합니다오고 오는 날들이아이들의 이가 자라나는 것처럼슬픔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하시고희망차고 보람된 나날들이 되게 하소서 주여!새해에는 더욱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손을 내밀어 모르는 이웃들의 손을 잡게 하시고주위의 사람들을 따뜻한 눈으로 둘러보게 하시어세상을 주의 사랑으로 품게 하여 주소서 주여!새해에는 다른 사람들을 탓하기보다는나 자신을 더욱 돌아보게 하시고다른 사람들의 부족함을 비판하기보다는나의 부족함을 가지고 아파하면서나 자신을 성숙시키는 시간들이 되게 하소서 주여!주님이 주신 새로운꿈과 희망과 사랑의 마음으로힘차게 새해의 첫 발을 내딛게 하시고한 해 동안 이 마음 변치..

1월의 시 /박광호

1월의 시 박광호                                         새해 새 아침에는가슴에 해를 품었다 암청색 옷을 벗으며새뜻한 소망이 솟구쳤다 하늘에로 기도를 보내고흙을 파고 씨를 심었다 자신의 정체를 아는깨달음의 산하여 억만년 힘차게 출렁이는동해 서해 남해여 격동의 아픔 속에연면히 이어온 역사 꿋꿋이 견딘 인고와슬기와 강인함 속에 오늘을 엮어 가는 생명력우리를 살리는 맥박이여 서로 마음을 열고봄을 향하여 나아가라 힘차게 지축을 울리면서뜨거운 쇳물을 쏟으면서.

1월의 아침 / 허형만

1월의 아침  허형만                                          세월의 머언 길목을 돌아한줄기 빛나는 등불을 밝힌우리의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아직은 햇살도 떨리는 1월의 아침뜨락의 풀뿌리는 찬바람에 숨을 죽이고저 푸른 하늘엔 새 한 마리 날지 않는다. 살아갈수록 사람이 그리웁고사람이 그리울수록 더욱 외로워지는우리네 겨울의 가슴, 나처럼 가난한 자냉수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깨끗해진 두 눈으로신앙 같은 무등이나 마주하지만나보다 가난한 자는오히려 이 아침 하느님을 만나 보겠구나. 오늘은 무등산 허리에 눈빛이 고와춘설차 새 잎 돋는 소리로귀가 시린 1월의 아침우리의 기인 기다림은 끝나리라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땅도 풀리고꽃잎 뜨는 강물도 새로이 흐르리라우리의 풀잎은 풀잎끼리 ..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 허영자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허영자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묵은 편지의 답장을 쓰고빚진 이자까지 갚음을 해야 하리아무리 돌아보아도 나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하였으니이른 아침 마당을 쓸 듯이아픈 싸리비 자욱을 남겨야 하리주름이 잡히는 세월의 이마그 늙은 슬픔 위에간호사의 소복 같은 흰눈은 내려라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12월 / 이외수

12월   이외수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쓸쓸하라고눈이 내린다닫혀 있는 거리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종말처럼 날이 저문다가난한 날에는그리움도 죄가 되나니그대 더욱 목메이라고길이 막힌다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누군가 흐느끼고 있다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지워지고 있다

세모 이야기 / 신동엽

세모 이야기 신동엽 싸락눈이 날리다 멎은 일요일북한산성길 돌틈에 피어난들국화 한송일 구경하고 오다가샘터에서 살얼음을 쪼개고 물을 마시는데눈동자가 그 깊고 먼 눈동자가이 찬 겨울 천지 사이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더라 또, 어느 날이었던가광화문 네거리를 거닐다 친구를 만나 손목을 잡으니자네 손이 왜 이리 찬가 묻기에빌딩만 높아가고 물가만 높아가고 하니 아마 그런가베 했더니지나가던 낯선 여인이 여우 목도리 속에서 웃더라 나에게도 고향은 있었던가은실 금실 휘황한 명동이 아니어도동지만 지나면 해도 노루꼬리만큼씩은 길어진다는데금강 연안 양지쪽 흙마루에서새 순 돋은 무우을 다듬고 계실 눈 어둔 어머님을 위해이 세모엔 무엇을 마련해 보아야 한단 말일까 문경 새재 산막 곁에 흰 떡 구워 팔던그 유난히 눈이 맑던 피난소녀..

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구상

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구상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나의 안에는 권능의 천주만을 모시고 있어베들레헴 말구유로 오신그 무한한 당신의 사랑 앞에양을 치던 목동들처럼순수한 환희로 조배할 줄 모르옵네.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나의 안에는 허영의 마귀들이 들끓고 있어지극히 높은 데서는 천주께 영광,땅에서는 마음이 좋은 사람들에게 평화-그날 밤 천사들의 영원한 찬미와 축복에귀먹어 지내고 있읍네.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나의 안에는 안일의 짐승만이 살고 있어헤로데 폭정 속, 세상에 오셔십자가로 당신을 완성하신그 고난의 생애엔 외면하고부활만을 탐내 바라고 있읍네.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맞이하여도나 자신 거듭나지 않고선 누릴 수 없는 명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