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52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 허영자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허영자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묵은 편지의 답장을 쓰고빚진 이자까지 갚음을 해야 하리아무리 돌아보아도 나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하였으니이른 아침 마당을 쓸 듯이아픈 싸리비 자욱을 남겨야 하리주름이 잡히는 세월의 이마그 늙은 슬픔 위에간호사의 소복 같은 흰눈은 내려라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오늘(2024,12,28)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소리.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마태 2,18) 주님!자신의 아기 때문에 다른 아기들이 살육당할 때,어머니 마음은 미어지셨을 것입니다.이토록 주님의 뜻을 따르는 길은죽는 것보다도 더 큰 아픔을 짊어지는 일인가 봅니다.그러니 저희도 어처구니없고 황당할 때,부당한 고통을 당할 때,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억울하고 원망스러울 때,어머니 마리아처럼 슬픔을 넘어 구속의 신비를 살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2.28

12월 / 이외수

12월   이외수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쓸쓸하라고눈이 내린다닫혀 있는 거리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종말처럼 날이 저문다가난한 날에는그리움도 죄가 되나니그대 더욱 목메이라고길이 막힌다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누군가 흐느끼고 있다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지워지고 있다

세모 이야기 / 신동엽

세모 이야기 신동엽 싸락눈이 날리다 멎은 일요일북한산성길 돌틈에 피어난들국화 한송일 구경하고 오다가샘터에서 살얼음을 쪼개고 물을 마시는데눈동자가 그 깊고 먼 눈동자가이 찬 겨울 천지 사이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더라 또, 어느 날이었던가광화문 네거리를 거닐다 친구를 만나 손목을 잡으니자네 손이 왜 이리 찬가 묻기에빌딩만 높아가고 물가만 높아가고 하니 아마 그런가베 했더니지나가던 낯선 여인이 여우 목도리 속에서 웃더라 나에게도 고향은 있었던가은실 금실 휘황한 명동이 아니어도동지만 지나면 해도 노루꼬리만큼씩은 길어진다는데금강 연안 양지쪽 흙마루에서새 순 돋은 무우을 다듬고 계실 눈 어둔 어머님을 위해이 세모엔 무엇을 마련해 보아야 한단 말일까 문경 새재 산막 곁에 흰 떡 구워 팔던그 유난히 눈이 맑던 피난소녀..

오늘(2024,12,26)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내 이름 때문에~”(마태 10,22) 주님!제 안에 새겨 두신 당신 이름을 기억하게 하소서.당신 이름으로 부어주신 사랑을 기억하게 하소서.당신 이름에 희망을 두오니 당신 이름에서 구원을 주소서!당신 이름 때문에 돌팔매질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게 하소서!제 삶이 당신 이름을 증거하는 순교가 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2.26

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구상

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구상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나의 안에는 권능의 천주만을 모시고 있어베들레헴 말구유로 오신그 무한한 당신의 사랑 앞에양을 치던 목동들처럼순수한 환희로 조배할 줄 모르옵네.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나의 안에는 허영의 마귀들이 들끓고 있어지극히 높은 데서는 천주께 영광,땅에서는 마음이 좋은 사람들에게 평화-그날 밤 천사들의 영원한 찬미와 축복에귀먹어 지내고 있읍네.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나의 안에는 안일의 짐승만이 살고 있어헤로데 폭정 속, 세상에 오셔십자가로 당신을 완성하신그 고난의 생애엔 외면하고부활만을 탐내 바라고 있읍네.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맞이하여도나 자신 거듭나지 않고선 누릴 수 없는 명절이여!

오늘(2024,12,25)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오늘밤, 우리의 아기! 구세주 나셨습니다.왕방울의 소의 눈이 기쁨에 경악하고, 어린양의 떨리는 탄성에 잠들었던 만물이 깨어납니다.포대에 싸여 있듯, 뭇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머리 둘 곳조차 없으시다가 눕지도 않은 채 십자가에 못 박혀 세워질 연약한 아기,내가 휘두른 채찍에 온몸이 부서질, 그러면서도 생명을 주시고자 저를 부르신 이여!당신을 품에 안게 하소.안은 당신 가슴에 머리를 묻고 새로 나게 하소서!“목마르다”라고 외치는 당신 음성을 듣게 하소서.제 생명을 주신 임이여!당신은 남북이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우리의 마음 속 투박한 담 벽이 세워진 이 곳에 ‘평화의 왕’으로 오십니다.여기, 다윗의 조그마한 고을 한반..

기도 하나 ~ 2024.12.25

성탄 기도 / 이해인

성탄 기도 이해인  세상 어둠 아무리 깊다 해도마침내 별이 되어 오신 예수여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 자체로사랑의 시가 되신 아기여살아있는 우리 모두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맑은 마음으로처음으로 속삭이게 하소서겸손하게 내려앉기를서로 먼저사랑하는 일에만 깨어 있기를침묵으로 외치는 작은 예수여세상일에 매여당신을 잊었던 사람들도오늘은 나직이당신을 부릅니다평화를 갈망하는온 인류가 하나 되기 위해진통 겪고 몸살 앓는 이 세상에울면서 내려오신 평화 아기기쁨의 아기여진정한 성탄 선물은당신으로부터 받아서우리가 이루고 나누어야 할평화와 기쁨뿐임을다시 알아듣게 하소서당신 만난 기쁨으로첫눈 내리듯 조용히"메리 크리스마스"라고모든 이웃에게...

오늘(2024,12,23)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루카 1,66) 주님,당신이 베푸신 자비를 봅니다.감추어진 무언가가 제게 실현되고 있음을 봅니다.저의 가린 눈을 열고, 당신의 관여와 현존을 볼 수 있게 하소서.당신의 손길이 오늘도 저를 보살피고 계시오니, 당신 신비 안에 저 자신을 묻습니다.하오니, 주님!당신의 구원과 사랑을 소명으로 살아가게 하소서.그것만이 오로지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