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빠져나가며 정진규 흙담장에 걸린 먼지투성이 마른 씨래기 다발들남루한 내 사랑들이 버석거린다아직도 이파리들 땅에 내려놓지 못할 몇 그루 은행나무들이 이해되지 않으며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다른 이들의 철 지난 사랑이 이해되지 않는다혼자서 돌아오는 밤거리 골목길에 버려진 고양이들이 날로 늘어나고나는 자꾸 올라가고 있는데 계단들은 그만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며 비어지고 있다빈 계단들이 허공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다이제 너에게로 돌아가는 길은 위기로만 남아 있구나골목길 들어서면 겨우 익숙한 저녁 냄새만 인색하게 나를 달랜다이 또한 전 같지 않다12월 때문에 11월은 가장 서둔다끝나기 전에 끝내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들통나고 있다야적까지 하고 있는 빈터, 그빈터에서도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