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34

남산, 11월 / 황인숙

남산, 11월      황인숙 단풍 든 나무의 겨드랑이에 햇빛이 있다. 왼편, 오른편햇빛은 단풍 든 나무의 앙ㅍ에 있고 뒤에도 있다우듬지에 있고 가슴께에 있고 뿌리께에 있다단풍 든 나무의 안과 밖, 이파리들, 속이파리사이사이, 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가 있다 단풍 든 나무가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있다단풍 든 나무가 한없이 붉고, 노랗고 한없이 환하다그지없이 맑고 그지없이 순하고 그지없이 따스하다단풍 든 나무가 햇빛을 담쑥 안고 있다행복에 겨워 찰랑거리며 싸늘한 바람이 뒤바람이햇빛을 켠 단풍나무 주위를 쉴새없이 서성인다이 벤치 저 벤치에서 남자들이가랑잎처럼 꼬부리고 잠을 자고 있다

<오늘(2024,11,14)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 17,21) 주님!저희를 비추시어, 저희들 안에 이루신 당신의 나라를 보게 하소서.저희를 다스리시어, ‘지금 여기’에 와 있는 당신의 사랑을 살게 하소서.저희를 변형하시어, 번개가 치면 단박에 천지가 환해지듯이 저희의 온 정신과 영혼, 삶과 방식이 바뀌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1.14

그리운 편지 / 이응준

그리운 편지       이응준 그 도시에서 11월은 정말 힘들었네그대는 한없이 먼 피안으로 가라앉았고나는 잊혀지는 그대 얼굴에 날 부비며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가에 대하여덧없이 많은 날들을 기다렸지만무엇이 우리 주위에서 부쩍부쩍 자라나안개보다도 높게 사방을 덮어가는가를끝내 알 수는 없었네 11월이 너무 견디기 어려웠던그 도시에서 그대가 가지고 있던백 가지 슬픔 중에아흔아홉으로 노래 지어 부르던못 견디게 그리운 나는

오늘(2024,11,13)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루카 17,16) 주님!감사하게 하소서!청하기도 전에 듣고 계시는 당신께 감사하게 하소서.베풀어지기도 전에 이미 품으신 당신의 사랑에 감사하게 하소서.치유보다 치유시키는 당신의 사랑에 감사하게 하소서.모든 것 안에 깃든 당신의 자비와 사랑에 감사하게 하소서!무감각하지 않게 하시어, 치유를 받고도 감사할 줄을 모르는 배은망덕은 말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1.13

오늘(2024,11,12)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 그렇습니다. 주님!분부 받은 일이 바로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섬기는 일이 바로 그 일입니다.제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부하신 대로 섬기게 하소서!혹 그대로 하였다고 해서 교만하지도 않게 하소서!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혹 다 하지 못하였다 해도 언제나 감사하게 하소서!분부를 해 주심에 감사하고, 섬길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1.12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11월의 나무처럼   이해인​사랑이 너무 많아도사랑이 너무 적어도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보이게보이지 않게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예요​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내어놓는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고운 새 한 마리 앉히고 싶어요​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갈 길을 가야겠어요

오늘(2024,11,11)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 주님!왜곡된 믿음을 없애시고, 순수하고 진실된 믿음을 주소서.오늘도 쉬이 실망과 절망에 빠지는 것은 당신께 신뢰를 두지 않고 의탁하지 못함이오니, 믿게 하소서!오늘도 자신도 모르게 슬픔에 빠지는 것은 당신을 향하여 있지 못함이오니, 믿음을 강하게 하소서!오늘도 제 능력으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것은 당신이 전능하신 주님이심을 놓치는 흔들림이오니, 믿음을 굳세게 하소서!이제는 더 이상은 제 자신이 아니라, 주님이신 당신께 믿음을 두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1.11

11월의 정거장 /유가형

11월의 정거장  유가형 시면트 담 너머에 오래 전 말라버린마른 나무껍질 같은 낡은 고물이 쌓여 앉았다거북등처럼 갈라진 머리잡초들의 무성한 이야기에11월의 된서리가 내린다추억조차 모두 발라먹은 빈 가슴엔모시 바람 하얗게 사리고 있다비 맞은 골판지처럼 납작해진 늙은이들수직으로 때 묻은 슬픔만 켜켜이 쌓인다무리로 모여 눈 비바람에지난 날 퍼러럭 털고 있다귀 안 윙윙거리던 퇴색된 꿈 후벼내고서로 엉켜 앉아 내 마음의먼 아우스비치로 가는 기차 기다리고 있다

오늘(2024,11,10)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다 넣었기 때문이다.”(마르 12,44) 주님!제 마음의 지향을 깨끗하게 하소서.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사랑의 마음으로 하게 하소서.전부를 내어놓은 가난한 과부처럼, 목숨을 내어놓은 당신처럼, 산 제물이 되게 하소서.오직 당신이 저의 전부이오니, 전부를 내어주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