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나팔꽃 김점희 뉘라서 알 까 베란다 한 켠 여름내 내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쓸모없는 화분이 피워낸 진보라 나팔꽃을 뉘라서 알 까 입동 지나 첫 눈 내린 늦은 11월 임 맞는 시악시 수줍음으로 찬바람이 비워낸 빈 가슴에 진보랏빛 유혹으로 다가온 것을 아픔이어라 가느다란 생명줄 따라 솟아난 잎의 겨드랑이마다 기어이 고통의 나래편 야들한 꽃송이 아쉽다 기댈 곳 없어 뻗지 못한 줄기 되돌아와 제 몸 감고 뒤틀어진 외로움으로 피워낸 눈물꽃이여 빛나라, 11월의 햇살이여 깊게 파인 통꽃 설움의 눈물샘 말려 버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