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853

유월에는 /김희경

유월에는 김희경 유월에는더 사랑하겠습니다지구별이 태양을 뜨겁게 쓰다듬듯이 마음도 내달려그대 가장 가까이 두겠습니다 유월에는더 사랑하겠습니다짙은 녹음의 숲이 새를 춤추며 어루듯이 마음에 가장 푸른 옷 입혀그대 위해 맑은 노래하겠습니다 유월에는더 사랑하겠습니다바다가 바람 이고 애달프게 달려오듯이 마음에 더 보고픈 마음 입혀오직 그대 위해 달려가겠습니다 유월에는더 사랑하겠습니다하늘이 구름에게 그 마음 이기지 못해오랫동안 눈물 되어 다가와도그대 젖은 마음 닦는새하얀 손수건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유월에는그대 더 사랑하겠습니다그대에게 더 사랑이고 싶습니다

유월의 시/김남조

유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부는 바람일까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고마운 햇빛은 기름인 양하고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온다.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잔물결 큰 물결의출령이는 바다인가도 싶고은물결 금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보리밭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다시,봄날은 간다 / 유종인

다시,봄날은 간다 유종인해장국집 찾으러 가는 사내의늦은 토요일 아침,차가운 봄비를 만난다거리의 담벼락과 전봇대마다심령대부흥회의 포스터가 불온전단처럼 나붙고문득 罪지은 일들한꺼번에 꽃무더기로 피어나는오늘은 近東의 벚꽃축제 마지막 날,난 말 없이 비 맞아 가는유순한 짐승 한 마리!내 이름을 다시 지어다오, 이제금내 사랑의 거푸집을 다시 짜고 싶은 해장국집창가 식당에 앉아 이마에 돋는 땀을이 빠진 투가리에 떨구며前生의 짐승, 내 뼈마디 같은돼지뼈를 핥아먹으며 꽃을 잊었다아조아조 숨막히게 술땀을 쏟으며이 봄이빗속에 한 채 꽃상여로 떠나는 창밖을 본다꽃을 팔아 한 몸의 生이시작하는 어린 창녀의 손을 잡고변두리 샛강둑 버드나무 밑에서누이야, 세상엔 바람이 분다말해주고 싶었다누이야, 꿈 없이도 다시 봄날은 간다

봄날,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날,사랑의 기도 안도현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신호를 보내듯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당신에게닿게 하소서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부끄럽게 하소서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큰 것보다도 작은 것도 좋다고,많은 것..

다시금 봄날에 / 김남조

다시금 봄날에 김남조가랑잎 나의 영혼아만국(晩菊) 한 송이물오리처럼 목이 시린 조락의 뜰에너 함께나도 볼이 젖는다그 전날그 푸른 산바람해설픈 초원에 떠놀던여른여른 눈여린 고운 불수레 하며멀리 메아리져서 돌아들 오던그리운 노래 그리운 이름펴며 겹치며 드높이 손짓하는송이 송이 탐스런 떼구름들네가 그들을얼마나 가슴 바쳐 사랑했음인가를내가 안다지금은 땅에 떨어져매운 돌부리에 찢기우는 너여가랑비 보슬보슬 내림과 같고소물소물 살눈썹이 웃음과 같은네 달가운 모든것오직그들 호사스런 계절의풍요한 아름다움 앞에 바친 푸른 찬가헌신이던걸 내가 안다그러나 지금은 가야지지금은 누감고 고이 가야지지열이 돌아오는 어느 봄날에다시금 어린아이처럼손 흔들며 깨어나리라찬서리 소리도 없이 내리는 뜰에핏줄기 얼음 어는가랑잎 내 헐벗은 영혼아

봄비 / 고정희

봄비 고정희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오 그리운 이여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