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853

5월이 오면/ 황금찬

5월이 오면 황금찬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노래하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 있었다.심산 숲내를 풍기며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나는 모르고 있었다.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나는 모르고 있었다.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작년의 그놈일까?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누구의 무덤일까?5월은 4월보다정다운 달병풍에 그려 있던 난초가꽃피는 달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5월이다.

오월이 돌아오면/ 신석정

오월이 돌아오면 신석정오월이 돌아오면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오월이 돌아오면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오월이 돌아오면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이 되어라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를 지니고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5월의 시/이해인

5월의 시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바람은 바람대로축복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하늘이 잘보이는 숲으로 가서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우리의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말을 아낀 기도속에 접어둔 기도가한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이 앉아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구김살 없는 햇빛이아낌없이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하십시오

5월/ 조병화

5월 조병화 스물을 갓 넘은 여인의 냄새를온몸에 풍기며온갖 꽃송이들이 물 돋은 대지에나무 가지 가지에 피어난다.흰구름은 뭉게뭉게 라일락의숫푸른 향기를 타고가도가도 고개가 보이지 않는푸른 먼 하늘을 길게 넘어간다.아, 오월은 여권도 없이 그저어머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뭣도 모르고내가 이 이승으로 상륙을 한 달해마다 대지는 꽃들로 진창이지만까닭 모르는 이 허전함나는 그 나른한 그리움에 취한다.오, 오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