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4월에 /김용택 부활 김용택ㅡ 4월에 피 묻어 선연한 새벽 낯빛들찢긴 가슴 펄럭여그리운 그 얼굴들 그리워밤이면 밤마다 잠 못 이루고날이면 날마다 걷던 걸음우뚝우뚝 멈춰서는소쩍새 길길이 울어 넘는삼사오월 거 고갯길펄펄 죽은 몸 펄펄 살아잡는 손 풀뿌리 뿌리치며한 많은 고개산, 산 넘고 물, 물건너훌훌 단숨에 타는 가슴불길로 오라못견디게 그리운새벽 낯빛 그 고운 얼굴들 좋은 시 느낌하나 2025.04.19
부활송 /구상 부활송 구상 죽어 썩은 것 같던매화의 옛등걸에승이릐 화관인 듯꽃이 눈부시다 당신 안에 생명을 둔 만물이저렇듯 죽어도 죽지 않고또다시 소생하고 변신함을 보느니당신이 몸소 부활로 증거한우리의 부활이야 의심할 바 있으랴! 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진리는 있는 것이며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달게 받는 고통은 값진 것이며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우리의 믿음과 바람과 사랑은 헛되지 않으며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우리의 삶은 허무의 수렁이 아니다 봄의 행진이 아롱진지구의 어느 변두리에서나는 우리의 부활로써 성취될그날의 우리를 그리며황홀에 취해 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5.04.18
4월에 /채호기 4월에 채호기 겨울이 다 가도봄을 기다리지 않았다아직도 풀리지 않는깡깡한 얼음덩어리 속에서불쑥 몸을 돌려꽃으로 변신하고 싶지도 않았다가끔 깨어져 날카롭게 일어서는둥지들의 아름다움이심장을 쩡쩡 울린다잎 트고 어지러이 봄꽃들 피어나도얼음은 얼음영하 20도의차갑고 분명한 정신으로5월을 맞는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5.04.16
4월과 5월 / 박정만 4월과 5월 박정만 4월과 5월 사이, 사랑아봄꽃보다 찬란하게 사라져간 너를 그린다그린 듯이 그린 듯이너는 라일락 꽃잎 속에 숨어서라일락 꽃잎 같은 얼굴로 웃고 있지만 4월과 5월 사이, 사랑아너는 나를 그리며 더 큰 웃음을 웃고 있지만네가 던진 함성도 돌멩이도 꿈 밖에 지고모호한 안개, 모호한 슬픔 속으로저 첫새벽의 단꿈도 사라지는 것을 사라지는 것은 언제나 사라진다4월과 5월 사이, 사랑아세월의 앙금처럼 가라앉아그것이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되고그 뿌리 속에 묻어 둔 불씨가 되는 너를 그린다 그린 듯이 그린 듯이너는 라일락 꽃잎 속에 숨어서라일락 꽃잎 같은 얼굴로 웃고 있지만파아란 보랏빛 얼굴로 웃고 좋은 시 느낌하나 2025.04.15
4월과 아침 /오규원 4월과 아침 오규원 나무에서 생년월일이 같은 잎들이와르르 태어나잠시 서로 어리둥절하네밤새 젖은 풀 사이에 서 있다가몸이 축축해진 바람이 풀밭에서 나와나무 위로 올라가 있네어제 밤하늘에 가서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슬그머니 제 자리로 돌아온 돌들이늦은 아침 잠에 단단하게 들어있네 좋은 시 느낌하나 2025.04.13
4월歌, 봄봄봄 / 유안진 4월歌, 봄봄봄 유안진 붉은 꽃을 바라보며오도카니 앉아턱 괴고 앉아묻는다아직도 사랑하느냐고초록 잎새 만져 보다가눈을 감고가슴에 손 얹고묻는다아직도 미워하느냐고 심장이죽음을 보아야뜨거워질까심장아 네게로 열리는마음 확인하고거듭 확인하는 눈물눈물의 봄비 속에 뻑, 뻐꾹쇠망치 소리마음 대문짝에못질하는 망치 소리이성의 꾸짖음 좋은 시 느낌하나 2025.04.12
4월 /조창환 4월 조창환 내소사 앞 마당에분홍 겹동백달빛 내린 봄밤에 벙긋 웃는다 ㅡ 내 다 안다 ㅡ 청대숲 흔들던 바람건너 산 흰 산목련을 끌어안는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5.04.11
4월 /장석주 4월 장석주 금치산자 같은 4월이 왔다간다사는 게 왜 이렇게 시시하지?하는 얼굴을 하고 방부 처리되지 않은 추억들이질척거리는 침출수를삶의 빈 틈으로 조금씩 흘러보낸다 개척자는 아니지만 무능이뼈에 사무치는 것은일품요리 같은 여자와의 연애가곧 끝나고 말리라는 예감 때문이다 무능과 게으름은내 삶에 붙은 이면옵션이다 나쁜 패를 잡고 전전긍긍하는 노름꾼에게도4월이 오고 내게도사지를 절단한 편지가 도착하고끔찍한 날들이 이어진다 머리 없는 남자가낚시터로 가는 길을 묻는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5.04.10
4월 /위선환 4월 위선환 햇빛 내리는 소리가 자욱하네요수풀 밑에까지 빛살이 내려와서 푸르고 밝아요가지 마디마다 망울을 부풀리고 터트리는 어린 싹들,눈꺼풀에 쏟아지는 햇살이 부시어 고갯짓도 하네요갓 핀 싹들이 얼마나 부지런히 속잎을 비벼대는지,숨어 있는 작은 손들이 얼마나 많은 잎새를 피우는지요내 내부의 마디마디에서 불꽃이 일어요몸 안에 닿은 빛이 일순에 발광했어요환하고 물밑이듯 조용하네요내가 들어있던 어머니 몸 안이 이랬지요눈도 귀도 잠겨 있었지만 물이 빠지는 소리어머니 몸 열리는 소리가 다 들렸어요내 생명으로 들어오는 빛살이 보였어요 그래요. 빛살 푸른 거기쯤이면 어머님이 계실 듯 싶네요갓 낳은 누이를 묻고 나서 바람소리만 듣던 어머니작은 씨앗이거나 흰 풀꽃이거나 내 어릴 적 주린 허리를 꺽던 쑥나물 잎이 되었.. 좋은 시 느낌하나 2025.04.09
4월/ 이응준 4월 이응준 내가 기차같이 별자기같이느껴질때슬며시 잡은 빈 손을 놓았다 누군가 속삭였다 어쩔 수 없을거라고, 귀를 막은 나는녹슨 피 속으로 가라 앉으면서너의여러 얼굴들을 되뇌었다 벚꽃 움트는 밤 아래무릎 끓었다어쩔 수 없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