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853

봄 / 김광섭

봄 김광섭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봄은 멀다먼저 든 햇빛에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사람들이 그 이야기를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모든 거리가 풀리면서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나무는 나무로꽃은 꽃으로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사람은 사람에게로산은 산으로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꽃은 짧은 가을 해에어디쯤 갓다가노루꼬리만큼길어지는 봄해를 따라몇 천리나 와서오늘의 어느 주변에서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봄빛을 따라나와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졸졸 흐르는 시냇가..

오월 아침 /김영랑

오월 아침 김영랑 비 개인 5월 아침혼란스런 꾀꼬리 소리찬엄(燦嚴)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즈음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마는이 아침 새 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저리 부드러웁고발목은 포실거리어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졌나보오 꾀꼬리는 다시 창공을 흔드오자랑찬 새 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사향(麝香) 냄새도 잊어버렸대서야불혹이 자랑이 아니 되오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이야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한낮이 정밀하단들 또 무얼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인가 보오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이고내사 불혹을 자랑턴 사람.

푸른 오월/ 노천명

푸른 오월 노천명청자빛 하늘이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연못 창포 잎에여인네 맵시 위에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라일락 숲에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내가 왠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풀 냄새가 물씬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나는팥나물 호박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랑아.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서러운 노래를 부르자.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오월의 창공이여!나의 태양이여!

5월의 축제/ 괴테

5월의 축제 괴테대자연은 나를 향해 얼마나 찬란히 빛나는가!초원 또한 어쩌면 저렇게 찬란한가!나뭇가지마다 꽃들이 피어나고덤불 속에선 수없는 노랫소리 들리노니모든 이의 가슴에선 기쁨과 희열이 솟아나도다오, 대지여, 태양이여!오, 행복이여, 환희여!오, 사랑이여, 오, 사랑이여!저 산 위의 아침구름같이 금빛 찬란하구나신선한 들판 위에그대 장엄한 축복을 내리니...이 충만한 세계는 꽃안개로 넘치도다!오, 소녀여, 소녀여,내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가!그대 눈은 한없이 반짝이고 있으니,그대 또한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종달새는 이렇게노래와 대기를 사랑하고아침의 꽃들은하늘의 향기를 사랑하노니,나 역시 피 뜨겁게 그대를 사랑하노라그대는 내게 젊음과 기쁨과 용기를 주어새로운 노래와 춤을 추게 하도다그대 나를 사랑하니..

5월 소식/ 정지용

5월 소식 정지용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어린 나그내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여오려니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나는 갈메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 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여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외따른 섬 로만팈만을 찾어 갈가나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날마다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은은히 밀려 오는듯 머얼리 우는 오르간 소리 ...

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당신 가슴에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5월엔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당신에게 좋은 일들이많이 많이 생겨나서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5월엔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당신 가슴에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5월의 느티나무/ 복효근

5월의 느티나무 복효근 어느 비밀한 세상의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아마도 지상의 빛깔은 아니어서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초록의 그늘 아래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설레는 것을어떻게 다 설명한다냐바람은 살랑 일어서햇살에 부신 푸른 발음기호들을그리움으로 읽지 않는다면내 아득히 스물로 돌아가옆에 앉은 여자의 손을 은근히 쥐어보고 싶은이 푸르른 두근거림을 무엇이라고 한다냐정녕 이승의 빛깔은 아니게 피어나는5월의 느티나무 초록에 젖어어느 먼 시절의 가갸거겨를 다시 배우느니어느새중년의 아내도 새로 새로워져서오늘은 첫날이겠네 첫날밤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