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854

4월 / 오세영

4월  오세영  언제 우리 소리 그쳤던가문득 내다보면4월이 거기 있어라우르르 우르르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가고언제 먹구름 개었던가문득 내다보면푸르게 비찬는 강물4월은 거기 있어라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열병의 뜨거운 입술이꽃잎으로 벙그는 4월눈뜨면 문득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지고돌아보면 문득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4월 / 변영숙

4월  변영숙 톡톡 버들강아지 눈튼다홍매화...가지마다 홍등달고앞산 진달래도갸여히 가슴에 불당겼디몽실 부푼 백목련 젖가슴에 배시시곁눈질로 웃던벚꽃도 그만꽃눈 펑펑 난리가 났다난데없이 덥친 비바람에 심통에훌훌 땅바닥에 질펀한 저 아픈사람들 오늘밤남은 저 꽃들또 다시 왕창 무너진다면...어쩌나 숨이 차 오른다숨이 막 멎을 것 같다

봄이여, 사월이여 /조병화

봄이여, 사월이여  조병화 하늘로 하늘로 당겨오르는 가슴이걸 생명이라고 할까자유라고 할까해방이라고 할까 4월은 이러한 힘으로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을밖으로, 밖으로, 인생 밖으로한없이, 한없이 끌어내며하늘에 가득히 풀어놓는다 멀리 가물거리는 유혹인가그리움인가사랑이라는 아지랑인가잊었던 꿈이 다시 살아난다 오, 봄이여, 4월이여이 어지러움을 어찌하리

봄, 사월에 /이재무

봄, 사월에  이재무 꽃이 피는 속도를 그대 아는가시속 40Km남에서 북으로 나는 달리며숨이 가쁘다네저 사랑의 속도뒤따르며 내 쉽게 지치는 것은몸이 지친 탓만이 아니라네꽃으로 살지 않고함부로 꽃 사랑하고 노래한 죄저리 커서 달아나는 님길의 고비마다 불쑥 얼굴 내미는돌팍과 자갈의 충고그걸 알고 부르튼 마음의 맨발바닥꽃이 피는 속도에 숨이 가빠서나는 슬프네 나는 기쁘네

기억 /김소월

기억 김소월 달 아래 싀멋없이 섰던 그 여자서 있던 그 여자의 해쓱한 얼굴해쓱한 그 얼굴 적이 파릇함다시금 실벗듯한 가지 아래서시커먼 머리길은 번쩍거리며다시금 하룻밤의 식는 강물을평양의 긴 단장은 슷고 가던 때오오 그 싀멋없이 섰던 여자여! 그립다 그 한밤을 내게 가깝던그대여 꿈이 깊던 그 한동안을슬픔에 귀여움에 다시 사랑의눈물에 우리 몸이 맡기었던 때다시금 고즈넉한 성 밖 골목의4월의 늦어가는 뜬눈의 밤을한두 개 등불 빛은 울어새던 대오오 그 싀멋없이 섰던 여자여!

3월의 시 / 정성수

3월의 시   정성수3월!멈춰섰던 지구가 덜컹덜컹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우주 속 서성이는 저 겨울날의 외계인어서 승차하슈!이렇게 발돋움 숨을 죽이며너의 뒷모습 멀리, 두 눈 감고앙상한 가지 끝에 매달리지 않을 텐데건듯 바람 스치며 목이 마르다가하얀 눈시울이 저리 붉어석양 하늘이 저문다

3월 보슬비 / 정연복

3월 보슬비  정연복3월 초순의쌀쌀한 꽃샘추위 속​이른 아침부터보슬보슬 비가 내린다.​이슬비와 가랑비의중간 굵기 정도 되는 비는​겨울비 같기도 하고꼭 봄비 같기도 하다.이제 떠날 날이한 뺨쯤밖에 남지 않은​겨울이 가슴으로부터 쏟아내는아쉬움의 눈물인가.​겨울나무의 가지 끝마다돋아나려고 애쓰는​연둣빛 새순들의 목마름달래주는 생명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