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기억 /김소월

종이연 2025. 4. 1. 20:21

기억

 

김소월

 

달 아래 싀멋없이 섰던 그 여자

서 있던 그 여자의 해쓱한 얼굴

해쓱한 그 얼굴 적이 파릇함

다시금 실벗듯한 가지 아래서

시커먼 머리길은 번쩍거리며

다시금 하룻밤의 식는 강물을

평양의 긴 단장은 슷고 가던 때

오오 그 싀멋없이 섰던 여자여!

 

그립다 그 한밤을 내게 가깝던

그대여 꿈이 깊던 그 한동안을

슬픔에 귀여움에 다시 사랑의

눈물에 우리 몸이 맡기었던 때

다시금 고즈넉한 성 밖 골목의

4월의 늦어가는 뜬눈의 밤을

한두 개 등불 빛은 울어새던 대

오오 그 싀멋없이 섰던 여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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