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686

여름일기 2 /이해인

여름일기 2 /이해인 ​​오늘 아침내 마음의 밭에는밤새 봉오리로 맺혀있던한 마디의 시어가노란 쑥갓꽃으로 피어 있습니다.​비와 햇볕이 동시에 고마워서자주 하늘을 보는 여름잘 익은 수박을 쪼개어이웃과 나누어 먹는 초록의 기쁨이여​우리가 사는 지구 위에도수박처럼 둥글고 시원한자유와 평화 가득한 여름이면 좋겠습니다.오는 아침 나는 다림질한 흰 옷에물을 뿌리며 생각합니다.​우울과 나태로 풀기없던 나의 일상을희망으로 풀먹여 다림질해야겠음을지금쯤 바쁜 일터로 향하는나의 이웃을 위해한 송이의 기도를 꽃피워야겠음을...​

여름일기 1/이해인

여름일기 1 이해인 ​​ 여름엔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아래나를 빨아 널고 싶다.​여름엔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뜨겁게 살고 싶다.​여름엔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바다에 가서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여름 아침 / 김수영

여름 아침  김수영 여름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고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나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 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어느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차차 시골동리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를 걸어내려온다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 우에서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구별을 용사하지 않는밭고랑 사이를 무겁게 걸어간다 고뇌여 강물은 잠잠하게 흘러내려가는데천국도 지옥도 너무나 가까운 곳 사람들이여차라리 숙련이 없는 영혼이 되어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자 여름아침에는자비로운 하늘이 무수한 우리들의 사진을 찍으리라단 한..

여름의 구심력 / 박연준

여름의 구심력  박연준​나뭇잎은 걸을 수 없다 묶일 발이 없고손과 목과 얼굴이 없다​이파리에 돋은 맥은 여름이 숨긴 지도다​푸른 것들은 떨어질 일 염두에 두지 않으니어쩌면 좋을까​버드나무 아래 머리카락을 떨어뜨리고가는 사람투명하게,길어지는 꼬리​떠난 공들이 돌아오고태어난 자리에서 맹세사 사그라질 때​어떤 여름은 영원 속을 지나간다

개똥벌레 / 평보

개똥벌레   평보​구봉산 작은 폭포 옆에달은 밝다 못해 눈이 부시다.반디 불이다! 저 기저귀 좀 봐빛을 발산하며 곡선으로 추상화를 놓는다.암울한 세상을 희망으로 하 잔다.​가지 마라 가지 마라점 장이 한 잔 대로 하였으면세상을 밝게나 하거라.어둠과 빛을 가르면불쌍한 것 너 아니고 민초들이라.​옛사람 풍류로 시조하던 침류 댄(枕流臺)반딧불이 춤을 춘다. 세월 좋다.노래하고 춤을 춘다. 가지 마라.​가지 마라. 세상은 깜깜한데 스스로 빛을 난들등불이 되겠느냐? 가지 마라.가지 마라. 희망을 주고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