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686

7월 / 홍일표

7월   홍일표 은행나무가 세상의 빛을 다 모아초록의 알 속에 부지런히 쟁여넣고 있네이파리 사이로 슬몃슬몃 보이는애기 부처의 동그란 이마 같은말, 말씀들무심히 지나치면 잘 보이지도 않는한결같이 동글동글유성음으로 흐르는푸른 음성들그 사이로 푸득푸득 파랑새 날고,긴 개울이 물비늘 반짝이며 흐르는나무 아래, 물가를 떠난 숨가쁜 돌멩이말씀에 오래 눈 맞추어온몸이 파랗게 젖네그렇게 길 위의 돌멩이 떠듬떠듬 꽃피기 시작하네

7월 / 반기룡

7월   반기룡 푸른색 산하를 물들이고녹음이 폭격기처럼 뚝뚝 떨어진다길가 개똥참외 쫑긋 귀기울이며누군가를 기다리고토란 잎사귀에 있던 물방울또르르르 몸을 굴리더니타원형으로 자유낙하한다텃밭 이랑마다속알 탱탱해지는 연습을 하고나뭇가지 끝에는더 이상 뻗을 여백 없이오동통한 햇살로 푸르름을 노래한다옥수숫대는 제철을 만난 듯긴 수염 늘어뜨린 채방방곡곡 알통을 자랑하고계절의 절반을 넘어서는 문지방은말매미 울음소리 들을 채비에 분주하다

7월 / 목필균

7월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돌아선 반환점에무리 지어 핀 개망초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장대비로 내린다계절의 반도 접힌다폭염 속으로 무성하게피어난 잎새도 기울면중년의 머리카락처럼단풍 들겠지무성한 잎새로도견딜 수 없는 햇살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7월 / 안재동

7월   안재동넓은 들판에태양열보다 더 세차고 뜨거운농부들의 숨결이 끓는다농부들의 땀을 먹는 곡식알알이 야물게 자라가을걷이 때면황금빛으로 찰랑거리며세상의 배를 채울 것이다그런 기쁨 잉태되는 칠월우리네 가슴속 응어리진미움, 슬픔, 갈등 같은 것일랑느티나무 가지에빨래처럼 몽땅 내걸고얄밉도록 화사하고 싱싱한배롱나무 꽃향기 연정을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7월에게 / 고은영

7월에게   고은영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때때로 묵시적인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안녕, 잘 있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