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7월 / 홍일표

종이연 2024. 7. 23. 20:48

7월 

 

홍일표

은행나무가 세상의 빛을 다 모아
초록의 알 속에 부지런히 쟁여넣고 있네
이파리 사이로 슬몃슬몃 보이는
애기 부처의 동그란 이마 같은
말, 말씀들
무심히 지나치면 잘 보이지도 않는
한결같이 동글동글
유성음으로 흐르는
푸른 음성들
그 사이로 푸득푸득 파랑새 날고,
긴 개울이 물비늘 반짝이며 흐르는
나무 아래, 물가를 떠난 숨가쁜 돌멩이
말씀에 오래 눈 맞추어
온몸이 파랗게 젖네
그렇게 길 위의 돌멩이 떠듬떠듬 꽃피기 시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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