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 박인걸 팔월 박인걸해마다 팔월이면태양이 가깝게 다가와숲은 가마솥이 되고대지는 화덕이다.풀벌레는 자지러지고새들은 그늘로 숨지만바람의 풀무질이열기를 불어넣을 때면푸른 생명들은조용히 찬가를 부른다.우주의 에너지가구석구석 파고들 때면잎사귀마다 춤을 추며여름은 절정으로 치닫는다.대추가 소리 없이 여물고고구마도 큰 꿈을 키워가는팔월에는 너와 나의 사랑도여물어 가려나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8.04
벌레의 작은 입을 생각한다 / 이기철 벌레의 작은 입을 생각한다 이기철 벌레의 작은 입을 생각한다, 5월에 개암 살구 오디 으름 자두 머루 다래 산딸잎을 벌레가 먹고 내가 먹는다 벌레의 맑은 눈을 생각한다, 7월에 오이 상추 가지 감자 고사리 무릇 고들빼기 참나물을 벌레가 먹고 내가 먹는다 벌레의 밝은 귀를 생각한다, 9월에 비파 참취 털머위 자주쓴풀 수세미 참깨 산오이풀 골바위취를 벌레가 먹고 내가 먹는다 그 작은 입으로 호고 박고 궁글려 만든 밝고 따뜻한 벌레의 집을 생각한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8.03
8월 소묘 / 박종영 8월 소묘 박종영8월이 춤을 춘다.세상 나무들이푸른 물감으로 꽉 차서오지게 좋다.지상으로부터 먼 하늘 구름아랑곳없이우리모두의 타향으로 흘러간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8.02
여름바다 / 김덕성 여름바다 김덕성팔월 초순불가마 속 같은 찜통더위에 밀려달려와 가슴을 헤치니글쎄 느닷없이하얀 거품을 물고사자처럼 달려와반갑게 포옹하며 물세례를 주는 파도숨을 돌리려 하면다시 밀려와 반복하는 바다이제 몸 열기가 씻은 듯이사라지고 여름 바다가이렇게 좋은 걸...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8.01
7월 / 오세영 7월 오세영바다는 巫女[무녀]..휘말리는 치마폭바다는 狂女[광녀]..산발한 머리칼바다는 處女[처녀]..푸르른 이마바다는 戱女[희녀]..꿈꾸는 눈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바다에 가서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안기고 싶어라바다는 짐승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7.31
7월은 치자꽂 향기속에 /이해인 7월은 치자꽂 향기속에 이해인7월은 나에게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하얗게 피었다가질 때는 고요히노랗게 떨어지는 꽃꽃은 지면서도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눈물을 흘리는 것일 테지요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닌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설레일 수 있다면어쩌면 마지막으로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우리의 삶 자체가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7월의 편지 대신하얀 치자꽃 한 송이당신께 보내는 오늘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7.30
땡볕 / 손광세 땡볕 손광세 7월이 오면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찾아가고 싶다.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구레나룻 가게 주인의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자불자불 조는 할머니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흑백사진 속의 여학생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행려승의 밀짚모자에살짝 앉아 쉬는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웃옷을 벗어 던진 채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자전거방 점원의건강한 웃음이랑오토바이 세워 놓고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교통 경찰관의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7월이 오면시멘트 뚫고 나온 왕바랭이랑쏟아지는 땡볕 아래서 있고 싶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7.29
7월의 천사/ 장수남 7월의 천사 장수남칠월의 장마비가쉬어가는 듯 잠시 목을 축이고늦은 새벽정형외과 632호 병실창가 커튼 사이로 기웃거리며엷은 아침햇살이 한 가닥 길게내려앉는다어제 떠난 두 사람주인 보낸 침대 위엔 아픔의 상처들이이리저리 어지럽게 빈자리만지키고 있다나는 언제쯤 퇴원할까마음만은 가볍지가 않다만나야 할 사람 설렘 반 기다림 반그리움이 넘칠 때병실 출입문이 살짝 열리더니가을 낙엽 위에 이슬 구르는 작은 목소리혈압시간이에요백의천사 환한 미소가아침햇살 가득히 병실 안을 꽉채워준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7.26
7월의 편지/ 박두진 7월의 편지 박두진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그 태양을 쟁반만큼씩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그리고 바람바다가 밀며 오는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바람에 펄럭이는 절규7월의 바다의 저 펄럭이는 파면새파랗고 싱그러운아침의 해안선의조국의 포옹7월의 바다에서는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7.25
7월의 시/ 김태은 7월의 시 김태은산이나 들이나 모두초록빛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보일 듯 보일 듯 임의 얼굴 환시를 보는 것도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한적하고 쓸쓸한 노을지는 창가에서눈물을 견디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나무의 눅눅한 그림자까지초록빛으로 스며드는 7월의 녹음나무는 나무끼리 바람은 바람끼리 모여 사는데홀로 있어 외롭지 않음은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깊은 산 속 작은 옹달샘을 찾아애절히 불타는 이 가슴을 식혀볼까,6월도 저물어 한 해의 반나절이 잦아드는데노을빛 가슴을 숨기고애연히 그리움으로 흐르는 것은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