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홍수희
주님,
저로 하여
하루에 한 번씩 죽게 하소서
오늘 하루도
나의 죄 무거웠으니
당신이 가리키는 곳
애써 피하고
내 시선이 즐거운 곳에
머물렀나이다
당신이 인도하시는 음성에
마음의 빗장을 닫아
내 육신에 즐거운 말만
주고받았나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뱉었을
차가운 말과
하루에도 수십 번 돌렸을
내 차가운 등을
주님,
오늘밤
무릎 꿇은 침상에서 죽게 하소서
날이면 날마다
그 날의 밤이 내게는
깜깜한 무덤이 되게 하시어
어김없이 밝아오는 아침이
부활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주님,
저로 하여 하루에 한 번씩
새로 태어나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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