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부활절 / 홍수희

종이연 2025. 4. 28. 19:32

부활절

 

홍수희

주님,

저로 하여

하루에 한 번씩 죽게 하소서

오늘 하루도

나의 죄 무거웠으니

당신이 가리키는 곳

애써 피하고

내 시선이 즐거운 곳에

머물렀나이다

당신이 인도하시는 음성에

마음의 빗장을 닫아

내 육신에 즐거운 말만

주고받았나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뱉었을

차가운 말과

하루에도 수십 번 돌렸을

내 차가운 등을

주님,

오늘밤

무릎 꿇은 침상에서 죽게 하소서

날이면 날마다

그 날의 밤이 내게는

깜깜한 무덤이 되게 하시어

어김없이 밝아오는 아침이

부활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주님,

저로 하여 하루에 한 번씩

새로 태어나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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