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1 /나태주

종이연 2020. 12. 6. 20:31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1

 

 

나태주

 

 

 

겨울이 오기도 전에 나는

한 계집애를 사랑했습니다

하나도 이쁠 것도

잘날 것도 없는

그저 그런 계집애를

하느님 허락도 없이

사랑했습니다

어쩌다 어쩌다 그리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아시면 분명

좋아하시지 않을 일이라서

겁이 났습니다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을이 가기도 전에 나는

하느님 나라에서

별 하나를 훔쳤습니다.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고려원,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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