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삼월처럼 분주하고 싶다 /이기철

종이연 2021. 3. 3. 19:29

삼월처럼 분주하고 싶다 

 

 

이기철

 

 

할미꽃을 내어 놓았으니

노랑나비도 내어 놓아라

연두를 내어 놓았으니

빨강도 내어 놓아라

 

수수한 여자도 좋지만

연지 찍은 여자가 더 좋더라

다수운 여자도 좋지만

재바른 여자가 더 이쁘더라

 

헐벗은 길을 내어 놓았으니

개울물의 노래도 내어 놓아라

짚북더미로 간 굴뚝새를 내어 놓았으니

흙더미로 간 배암도 내어 놓아라

 

아직 구름의 표정을 읽긴 이르지만

입안에 가득 찬 구름송이를

이제 그만 머금고 뱉어 놓아라

 

송아지 발자국에도 물 고이는

봄의 아랫도리가 춥다

잠깬 산도 개울물도 너처럼 분주하다

 

기다림에 휴식이 있겠느냐

활활 불 지펴야 한다

저 산도 들판도

안마당도 장독대도

삼월아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사 /노천명  (0) 2021.03.05
봄이 오는 들녘/김홍성  (0) 2021.03.04
봄날 하루 /김종해  (0) 2021.03.02
3월 /오세영  (0) 2021.03.01
2월에 내리는 비 /오진숙  (0) 2021.02.28